할머님과 시어머님께서 오랜 시간 뇌졸중으로 고생하신 모습을 가까이에서 봐온 저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병만큼은 걸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어머님께서 입원하셨을 당시 열일곱 고등학생이 뇌졸중으로 병원에 온 것을 보고, 그 공포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 무서운 병...
피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할머님이나 시어머님이나 이 병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힘겨워하실 줄 아셨다면, 아마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의 주의사항을 잘 지키셨을 겁니다. 누구나 내가 어떤 병에 걸릴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설령 병에 걸렸다고 해도, 낫지 않고 점점 악화되어 사람을 주저앉힐 것을 상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젊어 고생을 하셔서 그러신 것도 같아요
옛말이 가끔 틀리는 경우 있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정신적 성장을 위해선 맞을 수도 있지만요. 유년시절부터 집안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은 여러 형태의 스트레스로 위험한 질병들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심한 정신적, 육체적 충격으로 뇌졸중에 걸리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살아온 날들이 힘겨웠던 분들은 각자의 생활모습에서 얻은 질병이 다르면서도 비슷합니다. 희망도 꿈도 모두 뺏기니까요.
무관심했던 저를 용서하세요
할머님 때도 시어머님 때도 저는 뇌졸중이란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전조증상이 있는 것도, 발병 후 어떻게 생활해야 옳은 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저희 할머님이나 시어머님께서도 급한 경우는 일반 병원에 가셨지만, 주로 한의원에 가셔서 침도 맞으시고 한약도 지어서 드셨습니다. 뇌졸중에 대해 좀 더 많이 알았더라면 제가 보탬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시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혈압 관리도 마음 관리도
고혈압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혈관에 병이 생기면 그 뒤에 따르는 병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할머님은 왜소하신 체격에 비만도 아니셨고, 시어머님께서는 풍채가 아주 좋으셨습니다. 두 분 모두 혈압약을 꾸준히 드셨지만 나머지 건강관리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두 분 모두, 연세에 비해서 일찍 발병하셨는데 한분은 뇌출혈, 한 분은 뇌경색이셨죠. 후유증도 커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셨습니다. 전조증상이 오기 전에 산책(물리치료의 효과가 있어요)도 가고, 맛있는 음식 자주 드리고, 말동무도 해드렸다면 지금 이렇게 후회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라도 편하셨다면 어땠을까...
풍이라는 병은 한마디로 사람을 참 초라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활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사셨던 분이라도 이 병에 걸리면 사지마비가 기본이고, 말씀도 어눌해지고, 기억력도 많이 감퇴되고, 많이 웃으시거나 많이 우십니다.(상황에 안 맞게 웃으시거나 우셨습니다. 어떤 치료법이 없다고 병원에서 들었습니다.) 기력이 없으시니 늘 무겁고 슬퍼하기 일쑤이시고,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섭섭해하시기도 합니다.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채우셨을 우리 할머니와 시어머님, 참 많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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