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는 아토피도 없었고 크게 문제가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여섯일곱 살 때쯤 몸이 가려워하고, 긁으면 빨개지면서 바로 상처가 나서 피부과에 데려갔는데 선생님 말씀이 "이제부터는 더럽게 키우세요. 비누도 쓰지 말고, 피부를 자극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평범하지 않은 처방을 받았습니다.
긁기만 하면 거의 피가 날 지경의 아이
3.07kg으로 빼빼 마른 아기로 태어난 아이는, 우려와 달리 잘 먹고 잘 자고 조용하지만 비교적 잘 놀았습니다. 종종 감기가 걸리면 잘 낫지 않았지만, 커가면서 좋아질 거라 믿었는데 갑자기 피부과까지 다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약하게 태어났으니 어딘들 좋을 리 없고 면역체계도 좋지 않을 것이니, 병원 몇 번 다니면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피부과 한 곳만 가보는 것보다는 다른 병원도 다녀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집에서 조금 먼 피부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건선'이라는 병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심해지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관절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는 가볍지 않은 피부병... 일단 자주 씻지 말라는 처방이 있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저자극'이란 단어였습니다.
수제비누 만들기
아이에게 일반 비누는 아무래도 자극이 될 것 같아서 얼마 전에 배워서 만들어 두었던 수제비누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쓸 것이라 틀도 예쁜 것으로 골라 씻는 일이 싫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샤워도 자주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저희 아이는 다행히 땀이 적은 아이입니다.) 씻을 때는 가능하면 짧게, 대강 씻겼습니다. 처음에는 못 느꼈지만 날이 갈수록 수제비누(저자극) 쓴 것이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정할 수 없는 여러 원인으로
아이가 계속 긁는 이유는 알 수가 없었고, 그중에서 어느 것이 우리 아이에게 적용되는 진짜 원인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저나 남편의 나이가 적지 않을 때 출산해서인지 건강하지 못한 것이 내내 미안했고, 열심히 비누 만들고, 보습을 위해 로선을 골고루 잘 바르는 것은 먹는 일만큼 절대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로션도 보습효과가 많은 것으로 골랐고, 아침저녁 지극정성으로 바르고, 하루는 물샤워만, 하루는 비누칠만 대강~ 때를 밀거나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아이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고, 2차 성징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가려움이 좀 덜해져서 피부과에 가서 연고를 받거나 먹는 약을 처방받는 일이 드물어졌습니다. 스트레스도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고 싶어 하는 부분은 웬만하면 들어줍니다. 지금도 아침마다 긁으면 거의 살갗이 벗겨질 것 같지만, 바로 보습제를 바르면 그래도 가라앉습니다.
아는 동창은 건선으로 전국에 유명하다는 피부과는 모두 다니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형편없게 만드는, 주변에 흔하지는 않지만, 알고 보면 무서운 병. 저희 아이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른 덕분인지 감사하게도 많이 호전됐습니다. 저자극과 No스트레스, 보습과 면역 기르기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물론 피부과에 잘 다니셔야 하고요. 저희 아이는 피부왕자병(편히 쉬고 놀아야 낫는)에 걸린 것 같습니다. 소중히 다뤄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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