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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편두통은 아이를 7년 째 힘들게하고 있습니다

by jinny jinny2023 202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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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할머니, 아빠, 엄마가 어릴 적 제게 자주 하셨던 말씀입니다. 혈관이 남들과 다르게 생겨서 오랫동안 고생은 한 저로서는, 내 아이에게 질병이 생긴 것은, 그것도 언제 나을지 기약도 없고 원인도 모르는, 그냥 진통제로 사는 아이에게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편두통은 많은 것을 빼앗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받은 편두통 진단은 온 가족을 맥 빠지게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가끔은 두 번) 통증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진통제를 바로 먹습니다. 약을 먹고는 바로 잠을 자야 하고, 푹 자고 일어나면 열 번에 한두 번을 제외하곤 나아집니다. 안 그래도 늦게 낳은 아이라서 맘 졸이며 키우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두통

 

태권도를 왜 시작했냐면요

둘째를 낳고는 늦게 본 자식이라서, 남들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웠습니다. 아이가 아프진 않을지, 어디 다치진 않을지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남들보다 일찍 태권도를 배우게 해야겠다는, 최소한 어딜 가든 맞고 살지는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섯 살이 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아이는 곧잘 따라 하고, 제법 야무지게 품새며 발차기를 하는 모습은, 기특함을 넘어서 고맙고 행복감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제 꿈은요

저희 집 둘째는 다른 아이처럼 가르치면 열심히 하고 잘 받아들여서, 태권도 3급(3단)을 초등학교 3학년 때 받았습니다, 6학년이 끝날 때쯤에는 4급을 받아서 성인이 되면 지도자(사범)가 될 자격이 생기는 그런 발판을 초등학교 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좀 서둘렀습니다. 아이가 무얼 잘할지 어떤 것에 재능이 있을지를 어린 나이에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없는 날입니다

진통제로 살아온 햇수가 7년째입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약을 먹고 10시간 이상을 자고 나야 그다음 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평소, 약의 효과보다는 잠을 자야 낫는다는 아이의 말에 더 기운이 없던 차에, 작년부터는 (일반) 진통제가 약효가 너무 없어서 병원에서 다시 처방받은 매일 먹는 예방약과, 아플 때 먹는 편두통 약을 두 가지 먹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아직도 평균 일주일에 하루는 두통으로 힘이 듭니다. 매일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내 아이가 왜 견디기 힘든 두통으로 며칠에 한 번씩 고생을 해야 하는지... 변기를 끌어안고 오래도록 구토를 하던 그 괴로움의 소리... 불쾌하게 찌르는 그 고통의 날은 아이에게 얼마나 빨리 찾아오는 걸로 느껴질까요?

 

의사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한창 활달하게 뛰어놀 아이가 종종 주기적으로 아픈 것에 선생님은 몇 가지 당부를 하셨습니다. 많을 분들이 예상하시듯, 커피나 초콜릿, 콜라같이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지 마세요, 규칙적인 생활과 특히 잠을 충분히 주무세요, 핸드폰이나 컴퓨터처럼 전자파를 내뿜는 기계를 멀리하세요, 심한 운동도 피하고 스트레스를 줄이세요, 소시지나 햄 같은 가공식품은 멀리하고, 자연식을 드세요. 아는 얘기도 의사 선생님이 하시면 그 무게가 훨씬 무겁게 느껴집니다. 아이와 저는 벽에 붙여놓은 '피해야 할 것들'을 매일 쳐다보며 다짐도 하고, 지키지 않았을 때는 반성도 합니다.

 

편두통을 앓고 있는 저희 아이는 남들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못합니다. 남들 다 먹는 콜라나 커피도 잘 못 먹습니다. 친구들과 소시지를 사 먹을 때도 맘 놓고 먹지 못합니다.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볼 때도 엄마인 제게 잔소리가 아닌 큰소리를 듣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더 들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그러려면 너무 긴 세월이 남아서 딱히 위로가 되진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먹던 진통제를 한 주 건너뛰고 2주 만에 먹을 때면 아이가 시험이라도 잘 본 듯 기분이 좋고 행복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약을 먹지 않은 좋은 날이었네요. 편두통으로 고생하시고 계신 분들, 저희 아이처럼 또, 저처럼 아프셨을 텐데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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