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가끔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하얗게 질리고, 보기에도 꽤나 아파 보였고, 소화도 안된다고 해서 진통제를 먹이기보다는 체질의 문제인 것 같아 근처의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많은 것을 빼앗긴 녀석
아이 손을 잡고 간 한의원에서 진맥과 함께 평소 아이의 건강상태나 식습관을 종합해 본 결과, 앞으로는 식사를 한식위주로 거르지 말고 하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춘기를 앞두고 흔한 증상이라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는데 날이 갈수록 증세도 깊어지고 주기도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태권도 4단이 코앞인데
둘째를 남들보다 좀 일찍 태권도학원에 보냈습니다. 집 앞에 출중하신 관장님도 마침 계셔서 보내게 되었는데, 3급(3단)을 초3 때 받고 6학년 말쯤 4단까지만 하자는 가족 간의 합의가 있었습니다. 영리하고 무엇이든 빨리 습득하는 아이라서 관장님께서도 눈여겨보는 아이였죠. 그런데 4학년 때부터 시작된 두통으로 아이는 5학년이 되어서는 도저히 태권도에 못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참... ◯◯한 엄마
아이의 두통이 시작되면 참다가,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상담도 받으면서 통증이 잦아들기만 고대했는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울기까지 하는 날이 오고, 구토도 하느라 아이는 초주검 상태가 되었습니다. "불 꺼라, 조용히 해라", 짜증과 함께 혼자 있기를 원했죠. 그런 날들이 쌓여갈 즈음 아이는 "엄마, 나 태권도 안 갈래. 가서 뛰면 머리가 더 아파" 그 말에 저는 어이없게도 이렇게 말했죠. "6학년까지만 참자. 매일 가지 말고 아플 땐 쉬고 해서 4단만 따자~" 그게 뭐라고...
엄마, 이렇게 아파도 돼?
두통의 강도는 가라앉지 않고 점점 세졌고, 아이는 그에 따라 짜증이 늘고 웃는 날이 줄어들었습니다. 한 번씩 많이 아플 땐 "엄마, 나 너무 아파. 진짜 이렇게 아파도 돼?" 하면서 울었습니다. 겁이 덜컥 났고 태권도도 그만두고 서울 종합병원에 가서 자세한 검사를 받은 결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편두통'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잘 알지 못했던(저나 저희 집안에는 두통환자가 없었거든요) 질병이라 막막했고, 처음 보는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처방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편두통 환자가 조심해야 할 행동은 의사 선생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반 진통제를 처방받았고, 복용하다가 약효가 없음 다시 병원에 오라는... 그때부터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두통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종합병원에 다녀오면서 진통제 처방을 받으니,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원인을 모르니 답답했고, 오로지 진통제가 해결책이니 안쓰럽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미안함요. 저나 아이나 꾸었던 여러 가지 꿈은 너무도 아름다운 무지개였는데 한 순간에 그 빛이 흐려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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