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내일

내가 아는 건 레인 맨(Rain man)이 다인데 4

by jinny jinny2023 2023. 7. 22.
반응형

제가 사는 곳은 소도시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의 반학생 수가 30명 내외가 평균입니다. 그래서 학년이 높아갈수록 아이들과 사소하더라도 어떤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늘어갈 즈음, 감사하게도 작은 학교에서 차량운행을 한다는 전단지가 아파트에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반에 학생이 여섯일곱 정도이니 우리 아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지요. 그래서 2학년 때 작은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고마운 친구들이 내 아이 주변에

전학 간 학교는 그야 말고 TV에서 보던 작고 예쁜 학교였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선하고 맑고 착했죠. 제 느낌에는 선생님들도 모두들 인자하시고 너그러우셨습니다. 전체적 분위기, 공기가 그랬습니다. 밝고 깨끗한...

그런 환경 속에서 5년을 지내고 졸업을 하게 된 것은 우리 아이가 운이 좋았던 것이고, 그래서 감사의 시간을 5년이나 보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반친구들이 겨우 여섯

처음 전학 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으니 낯설고 어색한 것이 어쩌면 당연할 테지만, 친구들은 우리 아이와 같이 공부하고 같이 다니고... 그냥 함께한다는 자체가 좋았습니다.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어린 나이에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이 주변에는 보기 드물게 착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호해 주는 느낌은 감사함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로 저희 아이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돌아가고 싶어 하지요. 고향 같은 초등학교로...

 

나도 못해본 반장을 두 번씩이나

3학년 2학기가 되어 반장선거를 했답니다. 오후에 담임선생님께서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머니~ ◯◯가 반장이 되었어요. 한 표 차이라서 다시 했는데, 또 됐어요. 축하드려요~" 이게 현실인가요? 발달장애에 거기다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가 반장이라니요. 너무 좋고 감사하고 기분이 날아갈 듯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엄마께 전화드리고, 남편에게, 친한 지인에게 정신없이 전화를 했죠. 그런 행복이 6학년 2학기 때에 또한 번 있었습니다. 참 복 많은 아이지요?

 

 

눈물의 졸업식

제가 기억하는 졸업식은 매번 시원함이 컸고, 서운함은 덜한... 하지만 내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은 거의 모든 졸업생이 서운함으로 울고, 선생님들도 눈시울을 붉히시는 분이 더러 있으셨습니다. 아이는 슬프지만 울지는 않았고 "엄마, 저 졸업하기 싫어요. 큰 학교 가기 싫어요~" 졸업을 앞두고 몇 달 전부터 내내 했던 말입니다. 졸업생 학부모 대표로 제가 소감발표를 하는데, 너무 목이 메어서 준비해 온 글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며 그야말로 눈물의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두렵고 무서웠던 중학교로

아이는 집 근처에서 평판이 좋은 남녀공학 중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여자친구들이 더 공감능력이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남녀공학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통합 반(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반)에서 천사 같은 도우미친구가 생겼고, 말씨가 너무 고운 여자친구도 있었습니다. 한 달 반 정도,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서서히 중학교에 녹아들어 가는 아이를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고마웠습니다. 간혹 속상한 일이 있었지만 견뎌야 했고,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었을 때라서 온라인 학습을 많이 했던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아이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고, 상대적으로 쉬워진 수업내용으로 아이의 스트레스도 덜하고, 반 학생 수가 적어서 담임선생님의 관심도  집중되고, 직업 훈련도 다양한 지금의 학교가 우리 아이에게는 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반대의 상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