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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내가 아는 건 레인 맨(Rain man)이 다인데 2

by jinny jinny2023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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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판정을 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치료실(주로 발달장애아를 가르치고 치료하는 기관)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름도 생소했던 치료실. 언어치료와 다른 심리치료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집 근처에 마침 언어치료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등록을 하고 수업을 받으러 갔을 때, 아이 못지않게 저 또한 낯설고 선뜻 들어설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모든 걸 집중

언어치료를 시작하고 나서야 내 아이가 또래와 발달단계가 얼마나 많이 느린 지 알게 되었습니다. 다섯 살이 다되었는데도 눈 마주침도 잘 안되고, 몇 번을 불러야 물끄러미 바라보는 초점 없는 눈빛, 계단 오르내림도 부자연스럽고, 어느 것 하나 또래와 비슷한 점이 없었던 것을요.

 

자폐 스펙트럼

 

자기만의 세계

병원에서의 진단에 이어 아이를 위한 치료를 시작하니, 아이에 대해서 객관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아기 때 그렇게 불러도 대답이 없었는지, 낯은 그렇게도 가렸는지, 조금만 큰 소리가 나면 왜 그리도 무서워 벌벌 떨었는지, 매트리스는 왜 그렇게 종일 긁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고 우리 아이는 그냥 마음이 아픈 아이였을 뿐인데요. 귀가 덜 들리는지 눈이 좀 나쁜지 별별 검사를 다하며 얻은 결론이, 전혀 다른 막막함으로 남았었습니다.

 

눈물의 재롱잔치

그래도 어린이 집과 같은 또래집단에서의 경험과 소통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루 중 짧은 시간이나마 어린이집에 다니게 했습니다. 물론 낯도 심하게 가리는 아이라서 적응이 어려웠고, 돌발행동까지 있었기 때문에 아이도 힘들고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해마다 있었던 연말 재롱잔치는 눈물잔치가 되고 말았죠. 서있기만 해도 기특하다고 무대에 세워 주셔서 아이는 불빛에 반응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친구는 자기 옆에 세우려고 자기 동작도 놓치고, 지금 생각하면 그러지 말 것을, 하곤 합니다.

 

 

홈스쿨링이 낫겠지?

어린이 집을 어렵게 졸업하고 나서, 저의 고민은 초등학교 진학문제였습니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혹시 상처를 받을까 해서 집에서 제가 가르칠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어린이 집 선생님과 치료실 선생님께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일단 입학시켜보고 나서 나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아이보다 훨씬 큰 불안감과 두려움을 안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불러도 대답 없고, 종일 바닥을 긁는 아이, 낯가림이 심해 가던 길로 가지 않으면 되돌아갈 때까지 울던 아이, 편식도 심해서 새로운 음식을 늘 거부하던 아이, 노래나 동영상을 보여주면 몇 시간이고 꼼짝도 않고 계속 보는 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참씩 중얼거리는 아이, 내 아이한테서 이런 행동들을 6,7년을 보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쉽지 않았고, 거꾸로 생각하면 지금은 10년 전의 아이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꾸준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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