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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내가 아는 건 레인 맨(Rain man)이 다인데 3

by jinny jinny2023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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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아이의 손을 잡고 교실에 데려다 줄 때는 아이보다 제가 더 긴장되고 무서웠습니다. 아이가 예측할 수 없는 돌발행동을 하면 어쩌나, 아이들이 혹시 자신들과 다른 행동에 놀리면 어떡하지? 오만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바람에 수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몇 시간을 서서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학교에서 전화라도 하시면 바로 달려가야 하니까요.


자폐 스펙트럼이 정식 명칭입니다.

20대 때 봤던 "레인 맨"은 제가 본 영화를 통틀어서 기억에 남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자폐라는 병에 대해서는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고(극히 일부분에만 천재적인 면모를 나타내는 것), 다른 장애처럼 역시 안쓰럽고, 부모님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하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영화였습니다. 동생역할을 맡은 탐 크루즈가 형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는데...

 

자폐 스펙트럼

 

받아쓰기 백점, 수학점수도 백점

많은 걱정을 안고 보냈던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선 입학 후 며칠 후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머니~ 아이가 아픈 것 맞나요? 수업도 잘 듣고 문제 행동도 없고, 너무 잘 지내요." 라며 전혀 예상밖의 놀라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집에서는 산만하기도 하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한글과 덧셈 뺄셈은 겨우 수업을 따라갈 정도만 가르쳤기 때문에 시험에서 백점을 받을 것은 상상도 못 했어서 기쁘다기보다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아이의 별명은 "장백점"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이란 명칭

"자폐 스펙트럼"이란 명칭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자폐란 단어의 뜻은 스스로 가두는 것을 말함인데, 우리 아이가 스스로를 어떤 상황에 머물게 하는 것은 아니지요. 다만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원인불명)로 어떤 상황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죠. '스스로'가 틀렸다는 겁니다. 전적으로 제삼자 입장에서 내린 다수의 정의입니다. 그것보단 자폐인이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더 어떤 상황에서 못 빠져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스펙트럼이란 단어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자폐인이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인데, '레인 맨'에서처럼 서번트 증후군(어떤 한 분야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것)도 일반적인 특징은 아니라는 겁니다.

 

'자폐'라는 단어의 대체제는 없을까

대부분의 용어는 보이는 것으로 이름을 정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죠. 하지만 정말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가 없다면 예전부터 써왔다는 이유로 틀린 용어를 계속 쓰는 것이 맞을까요? 한 사람의 고민보다는 두 사람의 고민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정신과적 용어인 자폐(스펙트럼)의 다른 말을 찾거나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해 본 것은 "한겨리(한결이)"입니다. 한결같다는 말은 주로 긍정적 마인드적 행동을 보일 때 쓰지만, 질병을 굳이 부정적 의미로 써야 한다는 법도 없으니까요. 당사자에게도 그 가족에게도 자주 부정적 의미의 용어를 쓰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점점 멀어져요

예전과 달리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여러 캠페인이나 학교를 통한 지속적 교육 덕분에, 저희 아이처럼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도 예쁜 친구(제 기준의 예쁜 친구는 저희 아이와 대화를 하고 눈을 마주치는 친구입니다.)가 생길 수도 있고,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다면 학교생활이 외롭지만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가 그랬어요. 선생님과 반 친구들의 관심과 배려가 아이를 혼자 있지 않도록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2학년 2학기가 되니, 아이는 수업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집중을 못하게 되어서 도움반(특수반)으로 가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반친구들과 조금씩 더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홈스쿨링을 오래 고민하던 제가 주위의 여러분들의 조언에 힘입어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여러 시험에서 백점도 맞는 아이를 보며, 예상치 못했던 행복감도 맛보았고, 희망의 끈이 더 두터워진 것 또한 느꼈습니다. 갈 길이 아주 멀었지만 처음 다짐했던 것처럼 난 이 아이를 혼자 서게 할 것을 잊지 않고 매일 가슴에 머리에 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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