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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치매는 정말 두려운 병입니다. 2

by jinny jinny2023 202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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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현재 노인성 치매를 2년 넘게 앓고 계십니다. 잠깐씩 정신을 잃으셔서 넘어지실 때의 충격인지, 세월에 의한 노인성 치매의 전형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예전의 아빠는 계시지 않고, 모든 면에서 반대의 모습과 낯선 말씀을 하시는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의술의 한계를 또 한 번 느끼며

작은 아이의 편두통도 원인 불명이고, 지금 아빠의 변화된 모습도 병원에서는 무어라 정확한 병명이나 치료법을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MRI를 찍어봐도 어떤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가족들은 더 애가 타고 막막하기까지 합니다. 기약도 없고, 정확한 치료법도 없으니 흐르는 시간이 오히려 두렵기만 합니다.

 

시간

 

칼릴 지브란을 자주 떠올리며

초등학교 고학년 때 사촌언니가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칼릴 지브란이라는 이름의 철학자였는데, 그 나이에는 가슴에 와닿지 않던 소절이 바로 " 신이시여, 왜 늙음을 인생의 맨 마지막에 두셨나요?"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지금 아빠의 모습도, 어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칼릴 지브란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찬란하고 강하며 아름다운 시절을 맨 뒤에 두시지...

 

매일 천천히 멀어지는...

강하고 큰 산과 같던 아빠는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신생아처럼 누워만 계십니다. 엄마가 욕창이 나실까 봐 이쪽저쪽 체위를 바꾸고, 근근이 가시던 화장실도 기저귀에 해결하신 지 수 달이 되어갑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늘 날짜와 현재 시간을 물으십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물으시죠. 지남력장애가 진행 중이시니, 머지않아 여기가 어딘지 물으실 수도 있고, 엄마한테 누구냐고 물으실 수도 있는 그런 상태이십니다. 수면패턴도 바뀌셔서 밤낮이 바뀌신 지 꽤 되었고, 요즘은 부쩍 주무시지 않으셔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드려도 효과도 미미합니다.

 

아빠의 시계는 거꾸로 갑니다

하루하루 살이 빠지시고(물로 된 환자식으로 식사를 대신하십니다.) 이제는 옛 기억이 점점 흐려지시는 아빠, 늘 통화하시던 손자의 전화번호도 잊어버리신 우리 아빠, 리모컨 작동법을 모르셔서 엄마에게 매번 해달라고 하시는 아빠, 점점 늙어가시는 아빠를 보면 제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아이를 돌보았던 그 마음으로 아빠를 바라보면,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질문이나 간혹 놀랄 만큼 나쁜 말씀을 하셔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빠는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가시고, 엄마나 제가 부모가 되는 슬픈 느낌이...

 

인생이 덧없다 해도 생의 마지막은 나이에 맞는 우아함과 중후함으로 남은 가족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떠나는 것일 텐데, 저희 아빠를 찾아온, 치매라는 피하지 못한 무서운 병은 이런 보편의 정서나 기대를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게 하네요. 내일이 두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분들(치매환자와 그 가족분들)께 이 나라 어딘가에는 같은 고통과 같은 외로움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작은 위로를 삼으시는 게 어떨까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이 견디기 힘든 법이니까요. 모두들, 오늘도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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