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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뇌전증이 왜 내아이에게 3

by jinny jinny2023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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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없던 뇌전증을 앓고 있는 큰 아이에게 늘 미안하고, 안쓰럽고... 이 병과 함께 한 지가 10년 세월을 훌쩍 넘겼지만 지금도 조심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약을 제시간에 꾸준히 먹이고 있고, 단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전혀 먹이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일이라면 될 수 있는 대로 들어주는 일반 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보기 힘든 일들이 저희 집에서는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견뎌온 아이에게

 

현재 아이는 고2로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장난기가 많고, 내성적이던 성격에서 활달한 청소년으로 잘 자랐습니다. 어릴 때 자주 결석했던 아이는 감기도 사나흘이면 이겨내는 기특한 아들로요...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약 복용과 아이의 행복이 최우선임을  실천하며 이제는 경기할 수도 있는 아이라는 사실에는 많이 무뎌진 감사한 오늘입니다.

 

사랑

 

병원에 다니는 주기가 뜸해졌어요

3개월에 한 번씩 꼬박꼬박 다니던 병원을 요즈음은 1년에 한 번 뇌파검사를 하고, 의사 선생님은 6개월에 한 번 뵙습니다. 몇 년 전부터 진료 때마다 거의 비슷한 대화(경기가 없고, 잘 때 미세한 떨림이나 옷에 실수하는 일이 없는)가 오가던 중, 올 초부터 여섯 살부터 먹던 시럽을 1ml씩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7월부터는 드디어 시럽 없이 알약(저희 아이는 파우더로 만들어서 물에 타서 먹입니다.)만 먹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초음파 결과를 보러 갈 예정이고, 지금은 설렘 반 초조함 반, 기분이 묘하네요...

 

남들처럼 일상을 되찾아가는 중

새벽 6시 40분에 일어나 등교준비를 해서 학교차를 타고, 반 시간 걸려서 학교에 가서는, 6~7교시의 수업을 잘 마치고 돌아와서, 주 2회의 치료실 수업과, 3일의 복지관에서의 방과 후 수업을 잘 받고 있습니다. 아이의 일상을 지켜본다면 뇌전증을 앓고 있는지조차 알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이도 나머지 식구도 함께 잘 견뎌온 13년의 시간이 조금씩 보상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완치라는 끝을 볼 수 있기를

남은 바람은, 10년 넘게 약을 먹으며 여러 가지 조심하며 지내온 아이에게 그 쓴 약을 먹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단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일 수는 없겠지만 뇌전증이란 병이 지나간 옛일이 되기를 매일 바랍니다. 저희 아이처럼 뇌전증을 앓고 있는 소아환자들이나 성인 분들에게 당사자와 비슷한 마음으로 꼭 완치를 바랍니다. 

 

집에서 뿐 아니라 사람 많은 로비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경기를 하는 바람에, 홍해 갈라지듯 벌어지며 사라지던 사람들 속에서 아이와 저만 섬에 갇힌 기분이던 그때가, 이제는 흐린 기억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아이는 아침약을 먹었지만 몇 년 후에는 약 없이 지낼 수 있는 뇌전증 완치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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