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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갑상선 암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3

by jinny jinny2023 202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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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을 받은 저로서는 아무래도 무얼 피해야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다시 걸리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수술을 마치고 2주의 병원생활을 마칠 즈음, 상담 선생님을 뵈러 가야 했습니다. 늘 궁금하던 것, "전 이제부터 무얼 하지 말아야 하나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는 암환자가 아니야

수 십 개의 암덩어리를 떼어내고 갑상선 양쪽은 당연하고, 귀 밑 임파선 양쪽까지 모두 절제한 나는 매일 경험해보지 않았던 통증으로 곤히 자는 식구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벽에 기대 의자에 엎드려 한두 시간의 쪽잠을 자곤 했습니다. 보통의 수술은 일주일이나 열흘이면 많이 호전되는데, 저의 경우는 한결같은 통증으로 이게 진짜 수술이란 거구나, 했습니다.

 

홀로

 

나를 버티게 한 한마디 말

퇴원을 앞두고 만난 상담 선생님께 "혹시 식이요법을 철저하게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평소 건강식보다는 초등학생 입맛으로 인스턴트 음식과 친했던 터라 선생님의 한마디는 제게 어떤 선고 같을 것이니까요. 하지만, "아니요, 그냥 환자분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서 사세요. 스트레스가 가장 안 좋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긴 터널에서 한 줄기 선명한 빛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엄마다

아이들이 일곱, 여섯 일 때 수술을 했기 때문에 돌봄을 받기보다는 말로라도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상이 무너졌지만, 그렇다고 편히 누워서 요양을 할 형편이 못되어 정신만은 난 환자가 아니야, 내일은 훨씬 좋아질 거야, 이렇게 변함없는 통증을 한 달 버틴 후,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이렇게 아파도 괜찮은 건지 문의해 봤습니다. 담당 간호사선생님의 답은 "환자분은 수술 부위가 너무 커서 아마 한 달 반은 아프실 거예요." 섭섭하기도 하고 기한이 정해져서 다행이기도 하고.

 

점쟁이 같던 간호사선생님

앉은 채로 잘 쉬어지지 않는 숨을 억지로 쉬며 쏟아지는 잠을 조금씩 자던 나날들이 한 달 반. 그날부터 신기하게도 훨씬 덜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잠도 옆으로 누워 잘 수 있고, 진통제 없이 (진통제가 몸에 좋을 리 없어서 될 수 있는 대로 참아보았습니다.)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기약 없음이 괴로웠던 제게 고통의 끝을 알려주셨던 간호사선생님께 감사를.

 

강제 다이어트

요오드 치료는 정말 싫었습니다. 편식이 심한 제게 그야말로 힘겨운 사투였습니다. 당최 먹을 수 있는 게 얼마 없었죠. 보통 한 번 할 때마다 2주 정도 하던 요오드 치료는 식욕을 강제로 떨어뜨리던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수술부위만으로도 난 암환자임을 자각하기 충분했지만, 어쩌면 수술보다 더 존재감이 있었던 것이 그 녀석이 아닐까...

 

착한 암의 역습

수술 후의 저의 삶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평소 잘 먹지 않던 버섯이 갑자기 좋아졌고, 안 그래도 긍정적이던 제 마인드는 훨씬 더 의식적으로(상담선생님의 조언대로) 초긍정이 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성악과를 지망했을 정도의 노래 실력이던 제가 숨이 끊어져서, 음이 올라가지 않아서, 이젠 흥얼거리는 일도 별로 없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탁성으로 변했던 목소리는 몇 년이 지난 후, 다행히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갑상선이 없어서 약으로 버텨서인지 한결같이 피곤하고, 감정은 자주 널뛰기를 하고, 바깥바람을 쐬러 나갈 때면 목을 손으로 감싸는 행동이 자연스러워진, 이 또한 만만한 암은 아니구나, 하며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3개월,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다니던 저는 이제는 1년에 한 번 가서 초음파 검사(5년 동안은 해마다 검사했는데, 지금은 몇 년에 한 번씩 합니다.)를 하고, 간단한 혈액 검사를 합니다. 약 용량도 약간씩은 변하지만, 일어나자마자 먹는 씬지록신은 저를 살게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약을 개발하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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