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유방암 검사)을 하던 중, 갑자기 발견했던 3기 말의 갑상선 암에 대해 저의 경험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갑상선 암은 가벼이 여기시는 경우가 흔한데, 제가 겪어본 경험으로는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다른 암들처럼 긴장하고 잘 관리해야 하는 암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갑상선 암을 이길 수 있었던 나만의 비결
저는 현재 갑상선 암 수술한 지 10년이 넘었고, 아침마다 먹는 씬지록신이 약인지 무엇인지도 생각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그 파란색 알약을 먹습니다. 이제는 목부위가 시리지도 않고, 바깥바람을 쐴 때 숨이 턱 막히지도 않습니다. 10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니까요. 지난 10년의 제 얘기가 어떤 분께는 도움이 되실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갑상선 암을 우연히 발견하다
약 10년 전, 건강검진(유방암 검사)을 받으러 영상의학과에 갔다가, 의사 선생님께서 "환자분은 나이가 좀 있으시니 갑상선 좀 보죠."라고 하셔서 엉겁결에 목에 초음파를 해본 결과, 뜻밖의 말씀을 제게 하셨습니다. "목에 혹이 여러 개 보여요. 세침검사 해봐야겠어요." 순간 오래전에 엄마가 하셨던 갑상선 혹 제거 수술이 생각이 났습니다. 작은 풍선크기였다던 그 혹.
암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던...
세침검사의 결과는 악성, 쉬운 말로 암이었습니다. 영상의학과 선생님이 혹이 여러 개니까 큰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하는데 좋겠다고 하셔서 큰 아이가 다니고 있는 서울의 모대학병원으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암이라는 말을 듣고도 느긋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초음파와 세침검사를 다시 한 결과, 당연히 암이었습니다. 3기 말... 처음에는 믿어야 하는데 믿기지도 않았고, 어린 아들 둘을 키우던 내겐 사형선고도 아니었고 보험회사에서 흔히 말하는 소액암이라, 간단히 혹만 떼는 그런 수술쯤이라 치부해 버렸습니다.
수술 전이 참 지루하고 괴로웠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수술방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겠다고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혹이 여러 개인데 크기도 상당해서 수술시간은 8시간쯤 예상하신다고요. 일단 집에 돌아와서 수술 날짜가 잡힐 때까지 그냥 기다렸습니다. 아이들과 씨름하며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저에게는 보통의 날이 아니라 불안하고 답답하고 조금은 두려움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귓가에 맴돌던 3기 말... 그 말 때문에.
자꾸만 내 순서가 밀리네요
드디어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음 달에 오라고. 묵묵히 기다리던 중, 밤늦게 어느 의사 선생님이 순서를 조금 뒤로 하자며 부탁의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응급환자라고. 당연히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전 소액암환자였으니까요. 또 보름 정도가 흘렀을 때, 또 한 번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에는 무조건 양보할 수 없어서 "양보는 이번이 끝이에요. 나도 3기 말이라고요. 이젠 목이 아픈 것 같다고요."라고 했더니 아프다고 느끼는 건 심리적 영향일 거라고 했어요. 어찌 됐든 기분이 좋지는 않았죠.
드디어 수술방으로
거의 두 달 가까이 기다린 후 드디어 수술날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휴가를 내서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왔고, 어린 두 아들과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아무렇지 않게 나누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수술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제대로 된 수술방은 중2 때 다리 수술한 이후 처음이었어요. 그 냄새와 그 분위기는 참 별로였습니다. 마취가 시작되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그 후에 머리가 꽉 조이는 느낌을 끝으로 전 무통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지금도 생생한 암수술의 기억과 그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들은 한 두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주변(병원 수술 동기를 포함해서)에는 저와 같은 경우가 드물기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수필이나 소설 같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갑상선 암수술을 앞두고 계신 분들에게는 조금의 도움은 될 것 같아서요.
'건강한 내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전증이 왜 내아이에게 2 (0) | 2023.07.15 |
---|---|
뇌전증이 왜 내아이에게 1 (0) | 2023.07.14 |
갑상선 암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4 (0) | 2023.07.13 |
갑상선 암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3 (0) | 2023.07.12 |
갑상선 암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2 (0) | 2023.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