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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갑상선 암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2

by jinny jinny2023 202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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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암은 주변에 한 두 분 정도는 계실 겁니다. 알려진 것은 소액암이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착한 암, 이런 표현이 흔하죠. 하지만 제가 느끼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1기나 2기였던 분들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저와 같은 3기 말 환자분이 아니더라도 이 수술에 대해 알려드릴 것들이 있습니다.


 

갑상선 암 수술을 마친 후

다인실의 같은 방에서 각자 수술 날짜를 기다리던 동기(?)분들이, 제가 수술실에 들어가면 아마 서너 시간 뒤면 나올 거라고들 말씀하셨습니다. 원래 조금 길게 잡아서 얘기한다고...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전 꼬박 8시간을 채우고도 회복시간까지 10시간이 흐른 후 금의환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많이 울었다는 전언도...

 

내분비계

 

이게 뭐지?

정신이 서서히 깨면서 느꼈던 것은 숨이 너무 막히는 것이었습니다. 목 전체의 통증은 둘째치고 목을 누군가 꽉 누르고 있는 느낌이 맞았습니다. 눈이 떠지고 사람들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니 저의 목에 감겨 있던 석고붕대와 다른 여러 가지의 줄들... 불쾌하리만큼 아프고 불편했습니다. 아이들과 남편이(살아 돌아옴에) 기뻐하며 이 말 저 말 걸었지만, 그냥 아팠습니다. 그래도 웃고 싶어서 눈으로는 웃었습니다.

 

처치실 동기들, 아저씨도 있네

예전에 엄마가 갑상선 혹제거 수술을 하셨을 때는 이 병은 거의 여자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암수술이 끝난 대학병원의 성비는 8:2에서 7:3 정도? 꽤 많은 남자분이 같은 목수술로 비슷한 줄들을 매달고 아직은 많이 아프기 때문에 우울한 표정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을 못 자요

수술실에서 나온 후, 다른 분들은 1기, 2기가 대부분이어서 모두 잠을 주무셨는데, 저는 목에 두른 석고붕대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누울 수가 없었습니다. 누우면 2,3초도 못 견디고 바로 일어나야 해서 침대에 눕는 건 생각도 못하고 등받이 의자에 기대 쪽잠을 여러 번 자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통증도 만만치 않아서 진통제를 더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고... 그 후에도 전 정확히 한 달 반을 앉은 채로 잠을 잤습니다.

 

드디어 집으로, 아니 모텔로

수술 후 항암치료는 아니지만, 요오드 치료를 하느라 집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방사선을 내뿜을 수는 없었으니까요.(요오드 치료약을 먹으면 몸에서 방사선이 다량 나오기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했어요.) 이미 병원에서 격리실에 혼자 있으며 전염병환자 같은 대접을 받아보았지만, 집 근처의 모텔에 열흘 이상 지내면서(다른 분들은 병원 근처에 작은 병원에 입원하셨지만,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 집 근처에 있기로 했습니다.) 외롭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낯선 익숙함

나는 살아보겠다고 암을 떼어내고 견디고 동기들에게서 여러 정보를 들으며(2차 수술을 받는 분도 있었거든요) 암환자로의 터널로 들어섰을 때, 외할머님의 부고가 들려왔습니다. 너무도 맑은 정신으로 좋아하시던 커피 한 잔으로 이승과 이별을 하신 외할머니... 생과 사는 늘 한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나나 봅니다.

 

저를 예뻐하셨던, 어질다고 칭찬하시던 외할머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영상의학과 선생님의 선견지명적 진찰로 자가증상이나 외형의 변화도 없던 조용한 3기 말의 암환자는 8시간의 긴 수술 끝에 아이들과 남편곁으로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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