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가 2023년 9월에 개봉을 앞둔 영화 '치악산'에 대해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함께 제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영화 제목이 치악산이어서 원주시민으로서 검색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런 수순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고향이 원주는 아니지만, 지명을 굳이 치악산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원주시의 심장은 치악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라는 것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면 허구에 기반을 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토막살인사건이 치악산을 배경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영화의 전체적 배경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주 토박이인 분들은 저보다 훨씬 반감이 크실 것이고요. 법정 공방으로 가지 않고 마무리가 되려면 원주시의 요구를 영화사 측이 적극 수용하는 것이 옳은 일 같습니다.
원주시 입장
★원주시는 지역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서 영화의 제목에 사용한 치악산이란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영화사에 요구했지만, 제작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법적 대응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입니다.
★원주시는 영화 상영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형무형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2023년 9월 27일 밝혔습니다.
★또한 영화사 측과의 두 차례 회의를 통해서 제목 변경과 함께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지명의 언급이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영화 제작사 측이 거부 의사를 보내와서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합니다.
★최근 각종 칼부림 사건과 등산로에서의 성폭행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발생하는 요즘 원주시민들조차 알지 못하는 잔혹한 괴담이 영화화되어서 지역 내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모방 범죄의 우려도 있어서 이번 일을 간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화 '치악산'
40년 전에 의문의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괴담이 전해지는 치악산의 한 산정에서 기괴한 일들을 겪게 되는 산악자전거 멤버들의 얘기를 그린 미스터리 호러 공포 영화라고 합니다. 상영 등급이 15세 이상인 것도 의아합니다. 흉흉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이 시기에 중학생이 이런 영화를 보게 된다면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등급을 청소년 관람불가로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영화사의 입장
☆영화사 측은 제목 변경과 같은 원주시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제목 변경과 영화 중 대사의 삭제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고,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현재 군 복무 중이라, 재촬영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인물이나 지명, 사건,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고, 만일 실제로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는 문구가 엔딩 크레디트 부분에 기재되어 있다면서 원주시와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한 편과 한 도시의 무게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입되고,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36만 명이 넘게 살고 있는 원주시라고 하는 한 도시와 비교가 될까요? 개인 간의 다툼에서도 피해자가 추행이라고 느끼면 추행이 되듯이 원주시가 그리고 치악산을 아끼는 많은 분들이 안된다면 안 되는 것입니다. 치악산에 매일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오가는지, 천년고찰 구룡사에 얼마나 많은 불자들과 여행객들이 찾아오는지 영화사 측이 아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시집을 원주로 왔고 여기서 나고 자란 남편을 만나 아이 둘을 낳고 지금껏 20여 년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예민한 10대여서, 내 남편은 원주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토박이여서, 제2의 고향이 된 저까지 모두 이 영화의 제목을 바꾸는 데 찬성입니다. 모든 일은 역지사지를 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한 번 더 되돌아보고 심사숙고해서 법정 공방까지 가는 일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니, 원만하게 양쪽 모두 덜 상처받는 방법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얘기 저런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절에 물어보면 큰일 날 질문들, 결혼은? 취업은? (0) | 2023.09.22 |
---|---|
제주도에 아들 버린 중국인 아버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서 (0) | 2023.09.09 |
경남은행 대구은행 횡령 (0) | 2023.08.25 |
전기요금 폭탄과 박원순 (0) | 2023.08.24 |
박영수 '50억클럽 의혹' 구속기소 (0) | 2023.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