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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내일

백강현 군의 자퇴 소식

by jinny jinny2023 202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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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10살 소년에게 이 나라는 그 학교는 어떤 곳이었을까요? 저 역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학교에서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어서 지금 백강현 군의 마음을 잘 알겠습니다. 가족이 있어도 외롭고 무섭고 어떤 것도 하기 싫을 수 있는데, 천재답게 기말고사 준비를 했다는 말은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백강현 군의 자퇴 소식을 듣고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그 무엇보다 파워가 세죠. 지연만큼이나 학벌과 학연은 질긴 인연들로 뭉쳐진 보이지 않는 튼튼한 동아줄... 그 동아줄을 백강현 군은 놓아버렸습니다. 천재성을 인정받고 들어간 학교이지만 쉬운 말로 텃새에는 버티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모두가 백 군에게 잘못하지 않은 것 알고요, 언제 어디서나 극히 일부가 온 연못을 흐리는 것이니 만큼, 백강현 군의 자퇴는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닌 것이 속이 상합니다.

 

외로움

 

가장 가슴 아플 열 살 아이

오늘은 글을 쓰기가 참 힘이 듭니다. 고작 열 살 아이가 얼마나 버거웠으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학교를 스스로 나왔을까요? 저는 동급생과 선생님으로부터 미움을 받았는데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나이를 빨리 먹어서 그 악몽의 순간이 훌쩍 지나버렸으면 했었습니다. 40년 넘게 시간이 흘러도 어제 일처럼 그 사람들의 눈빛과 목소릴 기억하는데, 백 군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많이 외롭고 슬펐을 거예요. 머리가 좋다 보니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커야 하는데, 부모님께 어른들에게 맡길 일을 어린아이가 스스로 해결해 나아가려고 애쓴 것은 마음이 찢어집니다. 

 

천재도 사람입니다

백강현 군처럼 천재성을 보이는 사람을 대개는 부러워하죠. 한 번 말이라도 같이 해봤으면 하고, 그 영특함을 몸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어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장점도 누군가에게는 질투거리가 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들추어내고 싶어 하죠. 그건 분명한 자격지심입니다. 일곱 여덟의 나이차가 무색하게 똑똑한 친구를 봤다면,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저 자신의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는데, 못난이 같은 행동을 한 형아들이 있었나 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모르지 않았을 것인데...

 

상처가 빨리 아물길...

그 학교에서 누군가에게서 받은 상처는 앞으로는 백 군의 몫입니다. 가장 좋은 약은 세월이고요, 나쁜 기억을 잊는 힘을 기르는 일은 백 군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좋은 부모님이 옆에 계시니 기대세요, 이런 일들도 모두 지나갑니다... 몸이 많이 야위어서 걱정이네요, 잘 먹고 잘 자서 건강해지세요. 그러면 정신 승리도 쉬워집니다. 강원도에서 이 아줌마처럼,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 군을 응원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현명한 사람이니, 잘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힘들 땐 가족에게 꼭 기대시구요. 백 군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가까이에 있어요.

 

천재이긴 하지만 열 살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입은 상처를 털어내라고 하는 건 실은 어불성설이죠.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른 것에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아픈 기억이 흐릿해질 겁니다. 잘 견뎌내길 멀리서 저도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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